본문 바로가기

잡념

왜 악인들이 세상을 지배하는가

왜 악인들이 세상을 지배할 수 밖에 없는가..

악인들은 꼴이 사나워지건 남의 시선이 어떻건
자신의 사리사욕과 권력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진흙탕 싸움도, 똥밭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진흙이, 똥이 남에게 튀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하지만 의인들은(온전히 깨끗하다라는 말은 아니다. 의인도 잘못은 있을수 있다.)
싸우는 꼴이 사나워지기 시작하면,
또 그 싸움이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시작하면
그 피해자들이 가여워서,
자신의 꼴사나워짐을 참을 수 없어서 그 싸움을 피해버리고 만다.
자신이 손해를 입을지언정
남에게 그 손해를 떠넘기고 자신의 안위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진흙탕 싸움을 회피해 재야에 묻힌 의인들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역사속의 수많은 의인들이 그랬고,
가깝게는 고 전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고,
지금의 손석희 아나운서가 그렇다.

내 욕심으로는(난 의인이라 할 순 없나보다)
손석희 아나운서가 끝까지 싸워 이겨주길 바랬다.
승산이 적은 싸움이긴 하지만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없는 파워를 가졌기에
진흙탕에 뛰어들어 더러운 것들과 싸워주길 바랬다.

하지만 그 싸움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힐 것 같아서,
또 꼴이 점점 사나워져서
싸움을 회피하고 말았다.
내 욕심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현 상황에서 모두에게 가장 좋은 선택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한 사람을
그만둘 수 밖에 없게 만든 이 나라 구조가 싫고,
손석희 아나운서의 힘든 결정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100분토론’을 사랑해주시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손석희입니다.

제가 ‘100분토론’을 두 번 진행한 후인 지난 2002년 1월 26일에 이 게시판에 처음으로 인사차 글을 올린 후 7년 10개월 만에 두 번째 글을 올립니다.

제 거취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열흘 가까이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걱정도 해주셨고 격려도 많이 받았습니다. 또한 진심으로 저를 아껴주시는 차원에서 조언도 많이 주셨습니다. 물론 저의 퇴진 문제와 관련해서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없습니다. 제가 상황을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 회사측도 어느 쪽으로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들었습니다. 보도된 것처럼 제 문제는 노사관계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제가 입장을 좀 정리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회사측의 결정에 따른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퇴진이 결정된다는 전제하에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결 국 이 글은 마지막 인사차 올리는 글입니다. 이미 저의 퇴진 문제가 공론화된 마당에 모두에게 부담만 드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혹 제가 ‘100분토론’에 남게 되더라도 이 상황에서는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질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가 드리는 말씀을 그대로만 받아들여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정치적 배경도 없으며, 행간의 의미를 찾으실 필요도 없습니다.

7 년 10개월 전에 제가 이 게시판에 올린 첫 글에 “저는 어떠한 정치적 당파성으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라고 썼습니다. 저는 지난 8년 가까운 시간 동안 ‘100분토론’을 진행하면서 이 약속을 크게 어긴 적은 없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부에선 저의 퇴진 문제를 논하면서, 편향된 면은 있었지만 퇴진시키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걸 봤습니다. 물론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만, 자칫 이것은 인상비평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실제로 그랬다면 ‘100분토론’이 오늘날 대표적 토론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토론진행자로서 허물이 없을 순 없겠지만 8년을 진행하고 물러나면서 가질 수 있는 이 정도의 자부심은 허락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저의 퇴진문제가 프로그램의 새로운 출발과 연관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 뜻에서 저의 퇴진문제로 더 이상의 논란은 없었으면 합니다.

사실 지난 8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일주일에 하루씩은 거의 밤을 새워야 했습니다. 이제는 밤샘에서 해방됩니다. 일주일에 세 번씩 했던 회의에서도 벗어나게 됩니다. 남는 시간은 학업과 ‘손석희의 시선집중’ 에 좀 더 매진하는 데에 쓰겠습니다. 그 동안 새벽 두시가 돼서야 끝나는 프로그램을 시청해주시느라 함께 고생하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잊지 않겠습니다. 동시에 저나 ‘100분토론’을 아프게 비판해주신 분들께도 특별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한 비판 덕분에 또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개편때까지 이제 저의 진행은 네 번 정도 남았습니다. 11월 26일부터는 새로운 진행자와 함께 한 단계 더 도약하는 ‘100분토론’을 저도 시청자가 되어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