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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

TV 가격에 대한 견해 (300만원 TV 와 300만원 가방의 차이)

300만원짜리 스마트TV와 300만원짜리 가방.


사람마다 견해의 차이는 있겠지만, 같은 가격의 두 물건에 대해 TV를 더 비싸게 느끼는 분위기가 전반적이지 않나 싶다.

단적인 예로, 출장간 남편이 가방을 사오길 바라는 와이프는 많지만, 출장간 와이프가 TV를 직구해서 사오길 바라는 남편은 없지 않을까.

대부분의 남편들은 300만원짜리 TV를 사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로비가 필요할 것이다. (함께 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반면 가방은 프로포즈할 때, 생일날, 보너스 받았을 때 등 많은 날 와이프나 여자친구의 마음을 바꿔놓는 매직을 보이곤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럼 왜 사람들은 자동화된 어떤 기능도 없고(물건을 배달해 주는것도 아니고 직접 들고 다녀야 하는!), 

단지 잡동사니 보따리에 불과한 가방을 위해서는 300만원이라는 돈을 쾌척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고,

인터넷에 연결해서 온갖 스마트한 기능을 보여주고(심지어 원치 않는 영화 추천도!), 

실제로 보는 건지 TV로 보는건지 분간이 힘들 정도의 고화질을 보여주는 TV를 위해서는 300만원이 그렇게 아까울 수 밖에 없을까?


그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그리고 근본적인 차이는 '과시욕을 얼마나 만족시켜줄 수 있는가' 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가방은 직접 들고 다녀야 하고, 그 특성으로 인해 남들에게 보여질 수 밖에 없으며, 역시 그로 인해 패션 소품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다졌다.

내가 들고 다니는 가방이 30만원짜리인지 300만원짜리인지 가격표를 붙이고 다니지 않아도 길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게 된다.

그로 인해 비싼 가방을 들고 다닌다는 것은 가방 주인의 사회적인 위치를 어느 정도 표현해줌과 동시에 스스로의 과시욕을 만족시켜주게 되는 것이다.


반면 TV는, 거실의 한 면을 차지하고 들어앉아있다.

물론 엄청나게 멋진 TV가 거실 한 면에 있으면,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로 하여금 감탄과 부러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그 뿐이다.

그 누구도 길을 걸으며 자신의 TV가 무려 300만원짜리 TV라고 자랑하지 않으며, 자랑을 할 방법도 없다.

즉, 엄청난 기능을 가진 300만원짜리 TV는 주인의 자기만족일 뿐, 과시욕의 어떤 부분도 충족을 시켜주지 못하는 것이다.



가방과 TV의 위상의 차이를 단지 과시욕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물론 이 외에도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인 이유들이 있겠지만, 

집에 TV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과시가 되던 시절에는 TV가 엄청나게 비싸도 용인이 되었고,

가방을 과시용으로 들고 다니지 않던 시절에는 가방의 가격이 TV의 10분의 1이라도 되면 큰일 나는 것처럼 느끼던 시절도 있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과시욕이 얼마나 상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지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볼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TV 를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과시욕을 충족시켜주던지, 그게 아니면 그 누구도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의 가격을 제시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싼 가격으로 만족을 시켜주는 건 수많은 중소업체들의 몫일 것이고,

결국 우리회사의 TV는 사람들의 과시욕을 충분히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TV를 들고 다닐 것인가?


물론 TV는 태생적으로 들고 다니면서 보여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그럼 직접 보여주지 않고도 지인들에게, 모르는 사람들에게 과시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야만 한다.


이를테면, 스마트 TV 사용 중 버튼 하나를 누르면 현재 화면이 그대로 캡쳐되어 SNS 에 공유되면서 스마트 TV 에서 업로드 했다는 정보를 남긴다거나,

항상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으로 스마트TV 의 어떤 기능이 준비되었다는 등의 내용을 알람으로 보내주어 옆 사람에게 살짝 자랑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조금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고가 스마트TV 사용자에게는 고급스러운 멤버십 카드를 제공해 사회적인 위치를 과시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아멕스 플래티넘 카드를 생각해보자.)


이 외에도 집에 스마트 TV 가 있다는 사실을 과시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부디 지금까지 쓴 글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효과적이고 위트있는 마케팅 포인트를 찾아 

이제는 사람들이 300만원짜리 가방만큼이나 300만원짜리 TV도 충분히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