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념

[기사] 축구를 하는 이유, 돈이 전부는 아니다

[폴 파커] 축구를 하는 이유, 돈이 전부는 아니다
일간스포츠 | 기사입력 2007-06-14 15:48
최근의 한 보도에 따르면 2010년이 되면 프리미어리그에 연간 1천만 파운드(약 180억 원)를 받는 선수가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축구계를 향한 커다란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대 축구판에는 말도 안 되는 규모의 돈이 굴러다니고 있다. 대부분의 프리미어리거들은 일반 시민들이 1년 동안 열심히 일해야 버는 돈을 1주일 만에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는 꽤 무시무시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세계인들은 축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고 전세계로 팔려나가는 TV중계권은 수백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축구판의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이 경기 수준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고 구단 기념품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여는 사람들의 숫자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상황은 그다지 놀랄만한 일도 아닌 것 같다. 내게는 모든 상황이 단순해 보인다. 축구를 위해 돈을 퍼부을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축구계에는 계속해서 돈이 돌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요즘처럼 괴기할 정도로 거대한 돈의 규모는 최고 수준의 축구부터 아마추어 유소년 단계에 이르기까지, 축구라는 스포츠 전체를 위협하고 있는 듯 하다.

최고 수준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프리미어리거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운동 선수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들의 기형적인 연봉은 축구라는 스포츠에 해를 끼치고 있다.

요즘에는 평범한 수준의 프리미어리거도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15년 전 내가 선수로 뛰던 시절에는 빅클럽과 대표팀에서 동시에 활약하며 광고도 몇 개는 찍어줘야 그 정도의 수준에 이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굳이 광고를 찍을 필요도 없고 특별 계약을 체결해야 할 이유도 없다. 매 경기에 출장해야 하는 것을 걱정할 일도 없으며 굳이 많은 골을 기록하지 않아도 괜찮다. 한 주의 주급만으로도 멋들어진 삶을 누리기에 충분한 현금을 보장받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선수들이 축구에 접근하는 자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그라운드에서 자신을 극한대로 몰아가는 열정을 볼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꼭 그래야만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경기를 못 뛰는 것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고, 부상에서 회복해 복귀하는 것도 서두르지 않는다.

축구 선수들의 ‘헝그리 정신’은 돈에 의해 변화 됐으며 내가 뛰던 시절만큼의 열정을 찾아보기는 어려워졌다. 요즘에는 그라운드에 선 22명 전원이 갖고 있는 모든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을 보기가 매우 힘들다. 이는 당연히 돈을 내고 축구를 즐기려는 팬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선수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것은 축구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이지만, 내 눈에는 팬들이 자신들이 지불하는 돈에 대한 합당한 볼거리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팬들이 자신들의 영웅들과 어울리던 시절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가 되었으며, 팬들과 선수들 간의 유대 관계가 사라진 요즘의 현실은 내게 슬픈 느낌을 준다.

요즘에는 극소수의 선수들만이 자신에게 주급을 지급하는 주체인 팬들과의 대화를 원한다. 경기장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린 선수들은 늘 어디론가 전화를 하며 팬들 사이를 빠져나간다.

또한 이제는 경기가 끝난 후 플레이어스 라운지(players lounge)에 남아 팬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는 선수도 거의 볼 수 없다.

티켓 값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데 반해, 자신의 영웅과 살을 맞대며 어울릴 수 있는 팬의 숫자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이러한 현상은 축구의 번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어린 시절 입석 관중석에 서서 응원하던 기억이 자신의 축구 인생에 영감을 주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돈 있는 사람들만 축구를 보러 갈 수 있다면, 예전과 같은 저러한 열정은 어디로부터 나올 수 있을까?

나는 요즘의 선수들이 어린이들에게 역할 모델(role mode)이 되어줄 수 있냐는 것에도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유명 선수의 방탕한 이야기들이 일간지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일이 많았다. 정말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어린 나이부터 부를 움켜쥐는 선수들이 많아 지고, 유명세의 허영에 빠져 허우적대는 선수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상황은 선수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선수들은 너무 빠른 시간 안에 많은 것을 얻고 있고 주어진 부와 명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 그러나 이유가 어쨌건 간에 축구의 명성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내가 생각해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이와 같은 헛된 거품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이다. 다시 상황이 좋아지기 전까지 한 때의 하락세도 거쳐야만 하겠지만, 축구가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좀 더 이치에 맞고 상식적인 생각들이 실천되어야만 한다.

언젠가 이러한 거품이 사라지고 나면 선수들은 자신들이 축구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축구를 하는 이유는 돈에 대한 애정이 아닌 그라운드와 공에 대한 사랑이어야만 한다.






이런 좋은 기사들이 우리나라 칼럼니스트 들에 의해서도
많이 쓰여지면 좋겠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