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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

벤츠

2009년.

회사 생활 2년차 어느 날 점심시간에 산책을 하다가 길가에 세워진 재규어를 보고는, 

언젠가, 늦어도 나이 40에는 꼭 재규어를 사겠다 마음 먹었다.

 

2020년.

40이 되기엔 1년이 남은 어느 날.

BMW 매장에 가서 X4 견적을 내고는, 벤츠 매장에 가서 GLC를 계약했다.

마음속의 재규어는 AS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맘 속에 묻어두고

그야말로 꿈이었던 벤츠로.

 

벤츠.

아무리 수입차가 대중화되고 이제 포람페 아니면 하차감도 별로 없다지만

벤츠는 벤츠다.

서민에게는 꿈의 차.

 

 

책상 위에 올려진 차 키를 볼 때마다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라도 살고 싶던 어린 시절 시장표 운동화가 부끄러워 운동화 빌리러 온 여자애한테 화를 낸 기억과,

집이라기보다는 공간이라는 표현이 적절했던 대학시절 자취방에 대한 기억과,

대기업에 취업해서 이제 정말 어깨펴고 살 수 있겠다 싶어 으스댔던 기억과, 

처음 재규어를 사겠다 마음 먹었던 기억과,

처음 말리부를 산 날 너무나도 뿌듯했던 기억까지.

 

이젠 남들이 보기에 먹고 살만한가보다 생각할 수는 있을만큼 살게된 나 자신이 뿌듯하기도 하고,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려버린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도 생긴다.

특히나 3억에 달하는 빚을 볼 때는 더더욱.

 

 

여튼 40 재규어의 꿈을 좀 더 일찍 벤츠로 이뤘으니, 

이제 60에 오픈카의 꿈을 가지고 달려야겠다.